빨강머리 앤 (Anne of Green Gables)

작년 어느 날 문득 옛날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노랫말이 떠올랐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머리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갑자기 떠오른 이 노래는 내 입에 달라붙어 어쩌다보니 몇일동안 버릇처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정작 나는 빨강머리 앤을 읽어본적도 애니메이션을 본적도 없는 터라 왜 나의 머리 속에 정착해서 하루종일 내 머리속을 헤집어 놓게 된건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지만 무척이나 끈질기게 맴돌았기에 결국 나는 빨강머리 앤을 사기로 결심했다.  서점에 갔더니 최근에 인디고라는 출판사에서 새로 번역, 출판한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이름에 걸맞게 빨간 책이 있더랬다. 나는 바로 그걸 구입했으며, 빨간머리 앤 시리즈가 10권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은 그 후 약 세달이 지난 뒤였다. 아무튼 흡족하게 책을 구매한 나는 빠르게 집으로 가 아름다운 표지를 감상하고는 바로 읽게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리고 미래에도 머리속을 맴돌아준 그 노래에게 감사할 것이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작품을 내가 찾아서 보게해주었으니..


빨강머리 앤 1권에서는 정말 상상력 풍부하고 발랄하며 특이한 소녀 앤이 입양되는 과정부터 가장 친한 친구인 다이애나와 학교를 다니는 이야기, 그리고 그 학교를 졸업하기까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나는 이 첫권을 읽으면서 빨강머리 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천진난만하던 앤이 점점 성숙해가는 과정이란! 또한 앤의 상상력으로 표현하는 단어는 정말 나에게 기분좋게다가와서 내 머리속에서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재탄생되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과 대화하는 앤은 중간중간 나에게 행복한 미소를 가져다 주었다. 솔직히 아무리 예찬해도 그당시의 나의 행복감을 다 표현할 수 없겠지만 그정도로 나의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단숨에 빨강머리 앤을 다 읽어버린 나는 바로 그 다음 권을 찾았다.

다행히 다음 권인 에이번리의 앤까지 인디고에서 정발을 해주어서 그또한 바로 구매를 해버렸다. 2권인 에이번리의 앤은 전권과는 다르게 초록색의 겉표지였는데 그 또한 정말 예뻐서 표지작업을 해주신 일러스트레이터분에게 감사인사라도 전하고싶었다. 책을 펼쳐보니 역시 전권과 다를 바 없이 나를 바로 빨려들게 만들어서 자리에서 일어났을땐 절반이상 읽은 상태였다. 내용은 앤이 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지낸 때의 이야기인데. 마릴라의 먼 친척인 말썽쟁이꼬마 데이비와 조용하고 얌전한 성격의 도러가 나와서 새롭게 재미를 더해줬다. 그리고 앤과 길버트가 마을 개선회를 만들었으며 라벤더아주머니와 네번째 샬로타도 등장한다! 이번 권에선 정말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풍성하고 즐거움이 넘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중에도 등장하여 끝까지 즐거움을 주기때문에 이름만 나와도 나에겐 엄청 그리운 기분이 들게된다. 하지만 권이 더해가면 갈 수록 아쉬운 점이 앤의 천진했던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워지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에이번리의 앤도 빠르게 다 읽고 그 다음권을 찾아봤으나. 그 다음권은 인디고에서 정발하지않았으며 사려면 동서문화사에서 꽤 예전에 출판한 10권까지있는 전집을 사야한다는 것이였다.. 물론 빨강머리 앤에 마음을 몽땅 빼앗긴 나는 꽤나 거금을 들여서 다 구매해버렸다. 결국 집에는 인디고에서 출판한 빨강머리 앤과 전집을 합쳐서 총 12권의 빨강머리 앤이 있게되었지만 나는 결코 후회하지않았으며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나머지 8권도 다 읽었더랬다. 다 읽는 데까지는 총 3개월? 좀 더 넘게 걸린듯하다. 1,2권뿐만이아니라 다른 권도 천천히 기억하면서 글을 써내려가고싶지만 아마 그것까지 다 써내려간다면 이 글이 3~4배는 길어질 것같기에 1,2권만 회상하는걸로.. 지금 나에게 빨강머리 앤이 어떤 작품이냐고 물어본다면 나에겐 '쭉 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해준 작품' 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그 정도로 나는 앤에게 많은 걸 배우고 느꼈으며 앞으로도 마음 한켠에 머무는 작품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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